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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증상장애의 치료(인지행동치료, 정신역동치료, 사례)

by HONEYTIPS100 2025.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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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증상장애는 단순히 ‘몸의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불안과 스트레스가 신체적으로 표현되는 복합적 정신의학적 장애다. 이 글에서는 신체증상장애 치료에서 효과가 검증된 인지행동치료(CBT)와 정신역동치료의 원리, 실제 임상사례를 중심으로 치료 접근법을 구체적으로 살펴본다. 단순한 증상 완화를 넘어, 환자의 인지적 왜곡을 교정하고 감정 표현 방식을 변화시키는 심리치료의 핵심 전략을 정리한다.

인지행동치료

인지행동치료(Cognitive Behavioral Therapy, CBT)는 신체증상장애의 1차적 심리치료로 가장 널리 사용된다. 이 접근은 “생각이 감정을 만들고, 감정이 신체 반응으로 이어진다”는 인지적 모델을 기반으로 한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대개 자신의 신체 감각을 왜곡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예를 들어, 단순한 심장 두근거림을 “심장병이 올 것 같다”라고 생각하고, 그 불안이 다시 신체 반응을 증폭시켜 증상을 강화시키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CBT는 이 왜곡된 인지 구조를 교정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치료 과정에서는 ‘증상일지 작성’, ‘자동적 사고 탐색’, ‘논리적 반박’, ‘신체감각 노출훈련’ 등이 활용된다. 특히 증상일지를 통해 환자는 “언제, 어떤 상황에서 통증이 심해지는가”를 기록하고, 그 상황에 내재된 감정적 요인을 파악하게 된다. 이후 치료자는 “그 생각이 사실인가?”, “다른 해석은 가능한가?”를 묻는 인지 재구성 기법을 사용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면 환자는 신체감각을 위협적인 신호로 인식하던 기존 패턴을 수정하게 된다. 또한 CBT에서는 이완훈련, 복식호흡, 근육이완, 마음챙김 명상 등을 통해 자율신경계를 안정시켜 신체적 긴장을 완화시킨다. 임상적으로는 8~12회기의 단기 치료 프로그램으로도 효과가 보고되며, 통증의 빈도와 강도를 40% 이상 감소시키는 사례도 존재한다. 결국 CBT의 목표는 “증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증상에 대한 두려움과 집착을 줄이는 것”이다. 이를 통해 환자는 증상에 압도되지 않고, 일상생활 속에서 감정과 신체를 건강하게 조절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정신역동치료

정신역동치료는 프로이트의 이론에서 발전한 심층 심리치료로, 무의식적 갈등과 억압된 감정이 신체로 표현된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한다. 신체증상장애 환자는 흔히 “감정을 표현하는 대신 신체로 말하는 사람(alexithymia)”로 불린다. 즉, 분노·슬픔·두려움과 같은 감정을 인식하거나 언어로 표현하지 못해 신체 증상으로 대체하게 된다. 치료자는 환자의 증상을 단순히 ‘통증’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로 해석하려 시도한다. 예를 들어, 한 환자가 지속적인 복통을 호소한다면, 치료자는 그 복통이 단순한 소화 문제인지, 아니면 ‘억눌린 분노나 죄책감’의 상징인지 탐색한다. 이런 해석 과정을 통해 환자는 자신이 느끼는 신체감각이 내면의 감정과 연결되어 있음을 깨닫게 된다. 정신역동치료에서는 전이(transference)와 저항(resistance) 개념이 중요하다. 전이는 환자가 과거의 감정 경험을 치료자에게 투사하는 현상이며, 이를 통해 과거의 미해결된 관계 패턴을 재현한다. 치료자는 이런 전이를 인식하고 해석함으로써 환자가 감정을 직면하고 표현하도록 돕는다. 치료의 또 다른 핵심은 감정의 명료화(affect clarification)이다. 이는 환자가 막연한 불편감이나 긴장을 “두려움”, “분노”, “슬픔” 등 구체적인 감정으로 구분해 인식하도록 유도하는 기법이다. 감정을 인식하게 되면 신체증상은 점차 약화된다. 연구에 따르면 정신역동치료는 장기적 예후가 좋으며, 6개월 이상 지속할 경우 재발률이 30% 이상 감소한다. 이는 환자가 단순히 증상을 통제하는 법을 배우는 것을 넘어, 자신의 내면을 이해하고 정서적 자율성을 회복하기 때문이다.

신체증상장애의 치료사례

한 40대 여성 환자는 2년간 원인불명의 가슴 통증과 피로감을 호소하며 여러 병원을 전전했다. 모든 검사 결과가 정상이었지만, 통증은 지속되었다. 정신건강의학과 진단 결과 신체증상장애로 확인되었고, CBT와 정신역동치료가 병행되었다. 치료 초기에는 “통증이 있으니 몸이 분명 잘못된 것”이라는 강한 확신으로 인해 상담에 집중하지 못했다. 그러나 치료자는 ‘통증일지’를 통해 증상의 변화를 기록하게 하고, 통증이 심할 때의 상황과 감정을 함께 적게 했다. 놀랍게도 환자는 통증이 주로 남편과의 갈등 직후, 가족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을 때 나타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후 CBT 기법을 적용해 자동적 사고를 점검하고, “통증=심각한 질병”이라는 믿음을 “통증=스트레스 반응”으로 재해석하도록 도왔다. 동시에 정신역동치료에서는 억눌린 분노와 불안이 신체화된 과정에 대해 탐색했다. 6개월 후, 환자는 통증 빈도가 절반 이하로 줄었고, 직장 복귀에도 성공했다. 이 사례는 신체증상장애가 단순히 신체의 질환이 아니라, 감정조절의 어려움이 신체화된 현상임을 잘 보여준다. 현재 임상에서는 인지행동치료와 정신역동치료 외에도 마음챙김 치료(MBSR), 수용전념치료(ACT), 집단치료가 병행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마음챙김 치료는 신체감각을 있는 그대로 관찰하도록 훈련해, 증상과의 거리두기를 가능하게 한다. 이처럼 치료는 단일 접근보다 환자의 성향, 성격, 감정 표현 방식에 따라 맞춤형으로 조합할 때 가장 효과적이다. 신체증상장애의 회복은 “통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감정을 신체가 아닌 언어로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과정”이다.

 

신체증상장애의 치료 핵심은 약물보다 심리적 통찰과 감정 표현 회복에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왜곡된 사고를 교정해 현실적 시각을 회복하게 하고, 정신역동치료는 억눌린 감정을 인식하고 해소하는 통로를 제공한다. 두 치료법은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환자의 내면 이해와 감정표현을 강화한다는 점에서 상호보완적이다. 신체증상장애를 겪는 사람이라면 “내 증상은 내 잘못이 아니다”라는 사실을 먼저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 자신의 몸이 마음의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이해할 때, 비로소 회복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