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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라우마는 왜 생기는가?(원인, 작동 원리, 회복 단계)

by HONEYTIPS100 2025. 11. 22.

많은 사람들이 트라우마를 “끔찍한 일을 겪어서 생긴 마음의 상처” 정도로만 이해합니다. 하지만 최근 심리학과 뇌과학 연구에서는 트라우마를 “뇌와 신경계가 감당할 수 있는 한계를 넘었을 때 발생하는 과부하 상태”로 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트라우마가 왜 생기는지, 몸과 마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회복을 위해 어떤 단계가 필요할지 하나씩 정리해 보겠습니다.

1. 트라우마는 어떻게 발생하는가?

충격적인 사건이 일어났을 때, 우리 뇌는 세 가지 주요 영역이 함께 작동합니다.

  • 편도체(Amygdala) – 위험을 빠르게 감지하고 경보를 울리는 역할
  • 해마(Hippocampus) – 사건의 시간·장소·맥락을 정리해 기억으로 저장
  •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 상황을 판단하고 감정을 조절하는 “브레이크 역할”

평소라면 이 세 구조가 서로 균형을 이루며, 위협을 적절히 처리합니다. 하지만 사고, 폭력, 재난, 반복적인 정서적 학대처럼 극도로 강한 스트레스 상황이 닥치면 이 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버립니다.

1-1. 감정 처리 시스템의 과부하

과부하가 걸리면 뇌에서는 다음과 같은 변화가 나타납니다.

  • 편도체 과활성 – 이미 상황이 끝났음에도 “아직도 위험하다”고 계속 경보를 울립니다.
  • 해마 기능 저하 – 사건을 시간 순서대로 정리하지 못해 기억이 조각조각 남습니다.
  • 전전두엽 억제 – 이성적 판단, 자기 통제력이 떨어지면서 감정에 휘둘리기 쉽습니다.

그 결과, 사람은 “머리로는 끝난 일인 걸 아는데 몸은 여전히 위험하다고 느끼는 상태”에 빠지게 됩니다. 이 간극이 바로 트라우마의 핵심 특징입니다.

1-2. “잊으면 낫는다”는 오해

트라우마는 단순한 기억이 아니라 “신경계 전체가 배운 생존 패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시간만 흐른다고 저절로 사라지지 않고, 비슷한 상황이나 자극을 만나면 금방 다시 활성화되곤 합니다.

2. 트라우마 반응은 왜 오래 가는가?

트라우마 이후에는 자율신경계가 평소와 다른 방식으로 작동합니다. 대표적인 개념이 바로 “투쟁·도피·동결” 반응입니다.

2-1. 투쟁·도피(Fight/Flight) 반응

  • 심장이 빨리 뛰고, 숨이 가빠진다.
  • 사소한 소리에도 과하게 놀라고, 쉽게 짜증이 난다.
  • 늘 경계하고, 주변 사람을 잘 믿지 못한다.

이 단계에서는 신체가 언제든 “싸우거나 도망갈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2-2. 동결(Freeze) 반응

  • 몸이 순간적으로 굳어버리는 느낌이 든다.
  • 머릿속이 멍해지고, 아무 생각도 나지 않는다.
  • 현실이 꿈처럼 느껴지고, 내가 나 같지 않게 느껴지기도 한다.

동결 반응은 움직일 수도, 싸울 수도, 도망갈 수도 없을 때 신경계가 택하는 일종의 “마지막 보호기제”입니다.

2-3. 단절·무기력(Shut Down)

  •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침대에서 나오기도 힘들다.
  •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크게 와닿지 않는다.
  • 사람을 만나기보다 혼자 있고 싶어지는 시간이 늘어난다.

이것은 성격의 문제가 아니라, 과부하된 신경계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전원 절약 모드”로 들어간 상태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3. 트라우마가 남기는 심리적 흔적

사람마다 나타나는 양상은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자주 보이는 패턴이 있습니다.

3-1. 반복 재경험

  • 꿈이나 악몽에서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 어떤 소리, 냄새, 장소를 접하면 과거 장면이 생생하게 떠오른다.
  • “지금 여기”가 아니라 “그때 그곳”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3-2. 과각성

  • 사소한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란다.
  • 잠이 쉽게 들지 않고, 새벽에 자주 깬다.
  • 늘 불안하고 예민한 상태가 유지된다.

3-3. 회피와 감정 둔화

  • 관련된 사람, 장소, 이야기 자체를 피하려 한다.
  • 감정이 잘 느껴지지 않고, 삶이 무색무취하게 느껴진다.
  • “그냥 아무 감정도 없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반응들은 모두 “내가 약해서 그런 것”이 아니라, 상처 입은 신경계가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택한 전략입니다.

4. 트라우마 회복: 신경계가 다시 안전을 배우는 과정

트라우마 회복은 단순히 과거를 잊는 작업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지금은 안전하다”는 사실을 다시 배우는 과정입니다.

4-1. 1단계 – 안전감 회복(Safety)

회복의 출발점은 “지금은 괜찮다”는 감각을 몸에 조금씩 쌓아가는 것입니다.

  • 조용하고 방해받지 않는 공간에서 쉬어보기
  • 믿을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거나 통화하기
  • 따뜻한 차, 담요, 향기 등 편안함을 주는 감각 자극 사용하기

4-2. 2단계 – 신체 자각(Somatic Awareness)

트라우마는 생각보다 “몸의 기억”으로 더 많이 남습니다. 그래서 몸의 감각을 다시 세밀하게 느끼는 연습이 중요합니다.

  • 발바닥이 바닥을 딛는 느낌에 집중해 보기
  • 어깨, 목, 턱 등 긴장된 부위를 천천히 느끼고 풀어주기
  • 가벼운 스트레칭이나 산책으로 몸에 “움직여도 안전하다”는 경험 쌓기

4-3. 3단계 – 감정과 기억 재구성

충분한 안전감과 신체 자각이 형성되면, 조금씩 그때의 경험과 감정을 말이나 글로 정리해 볼 수 있습니다.

  • 그날 있었던 일을 시간 순서대로 적어보기
  • 그때의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현재의 내가 대신 써보기
  • 신뢰할 수 있는 사람 혹은 전문가와 함께 이야기를 나누기

이 과정을 통해 “무서운 기억 덩어리”였던 사건이, 점차 “나의 생애 경험 중 하나”로 자리 잡아가게 됩니다.

4-4. 4단계 – 의미 재해석과 성장

많은 이들이 충분한 시간을 두고 회복 과정을 거친 후, 자신에 대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 시작합니다.

  • “나는 다시 무너졌지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사람이다.”
  • “상처는 내 약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통로가 될 수 있다.”

트라우마 그 자체가 축복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경험을 지나오며 얻은 통찰과 공감 능력은 분명한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5. 집에서 할 수 있는 트라우마 완화 미니 루틴 (10분)

아래 루틴은 의료·치료를 대체할 수는 없지만,
과도한 긴장을 완화하고, 일상 속에서 신경계를 안정시키는 데 도움이 됩니다.

STEP 1. 2분 호흡 안정

  • 4초 동안 코로 숨을 깊게 들이마십니다.
  • 1초 멈췄다가, 6초 동안 입으로 천천히 내쉽니다.
  • 이 패턴을 10회 정도 반복합니다.

STEP 2. 3분 신체 감각 스캔

  • 눈을 감고 발끝에서 머리까지 천천히 올려가며, 긴장된 부위를 찾아봅니다.
  • 특히 조이는 느낌, 뜨거운 느낌, 차가운 느낌이 드는 곳에 주목합니다.
  • 그 부위에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는 느낌으로 가볍게 이완을 시도합니다.

STEP 3. 3분 감정 기록

  • 지금 느끼는 감정을 한 단어로 적어봅니다. (예: 불안, 허무, 분노 등)
  • 그 감정의 강도를 0~10점으로 점수 매겨봅니다.
  • “이 감정이 나에게 말해 주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한 줄로 써 봅니다.

STEP 4. 2분 자기 위로(Self-Soothing)

  • 따뜻한 물이나 차를 한 모금 마시며, 온기가 몸에 퍼지는 느낌을 느껴봅니다.
  • 스스로의 어깨나 팔을 부드럽게 감싸 안으며 “수고했어” 한 문장을 속으로 건네봅니다.

6. 도움이 필요할 때

만약 다음과 같은 경우라면, 혼자 감당하기보다 전문가의 도움을 고려하는 것이 좋습니다.

  • 악몽, 플래시백, 공황 증상이 몇 주 이상 계속될 때
  • 일상생활(직장, 학업, 대인관계)에 심각한 지장이 생겼을 때
  • 자해,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반복될 때

트라우마는 “나약함의 증거”가 아니라, 매우 강렬한 일을 지나온 신경계의 흔적입니다. 충분한 지지와 안전한 환경, 그리고 필요한 경우 전문적인 도움을 통해, 우리는 다시 안전감과 삶의 균형을 회복해 나갈 수 있습니다.